[IGN 웹진 리뷰] The Almost Gone - 담담한 그래픽의 방탈출 게임. 그 안에 담겨있는 진한 현실의 공포감
The Almost Gone 리뷰담담한 그래픽의 방탈출 게임. 그 안에 담겨있는 진한 현실의 공포감By Seokho Lee퍼즐과 공포라는 키워드는 인디 게임에서 은근히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이긴 하다. 그리고 올모스트 곤은 그 둘을 합치고 더해 명작 고전 게임들이 연상되는 방탈출 게임 요소를 가미한 게임이다. 이 부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인디 게임이겠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시작해보니, 이 게임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나를 몰아가기 시작했다.게임은 폐쇄된 공간에 주인공이 갇혀있고, 다양한 힌트와 아이템 등을 조합해서 그 공간을 빠져나가면 다음으로 진행되는 방식 일단은 방탈출이 맞긴 한데…게임을 시작하면 의미심장한 독백과 함께, 플레이어는 타이틀 화면에 표시되어 있던 집 안의 어떤 방을 탐색하게 된다. 시점은 쿼터뷰 방식이고, 마치 마인 크래프트의 블록 하나를 똑 떼어놓고, 그 위에 구조물을 올려놓은 듯한 좁은 공간 하나를 조사할 수 있다. 그런 공간들 몇 개가 연결된 지역을 전체적으로 조사해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열쇠를 찾아내면 다음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기본적인 흐름이다.이러한 방탈출 요소는 꽤 준수하게 완성이 되어서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적당히 수상하다 싶은 부분을 조사하면 무언가가 나오고, 이건 이렇게 쓰이지 않을까 싶은 물건은 실제로 그렇게 쓰이며, 조금 더 조사해야겠다 싶은 아이템은 이리저리 둘러보면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낼 수가 있다. 전반적인 퍼즐 난이도는 무난한 수준으로 느껴지지만, 플레이어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찾아볼 수 있는 힌트 같은 것이 시스템적으로 지원하지 않기에, 진행이 막히면 상당히 짜증 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누군가는 이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정답을 찾아 풀어버릴텐데, 이렇게 되면 게임의 재미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내 경험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화면을 돌려보니 나뭇가지에 줄로 매달린 배낭이 있기에, ‘저걸 확인하려면 줄을 잘라서 떨궈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한참을 칼이나 가위가 어디 있을까 하고 뒤져보았다. 하지만 그냥 줄이 묶인 매듭을 조사하면 그걸 풀어 가방을 떨구는 방식이었다.전체적인 필드의 구성을 알아보기 힘든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각각의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시원찮다. 총 몇 개의 공간이 어떻게 가로세로로 붙어 있는지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각각의 공간이 어디가 뚫려있는지, 그 공간에 무엇이 있는지는 맵으로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맵조차도 일일이 버튼을 눌러야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불편함은 덤. 공간 감각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면 화면 몇 번 회전시키면 어디가 어딘지 헷갈리는 상황을 매우 높은 확률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이렇게 맵을 열어도 그냥 몇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지역인지만 확인이 가능하다뒷목을 서늘하게 만드는 현실의 공포감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 할수록, 나는 앞서 거론한 단점들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이 게임이 주는 스토리의 강렬함으로 인해 몰입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과거 자신이 살았던 추억의 공간들(집, 마을, 조부모님이 살던 아파트 등)로 여겨지는 어떤 공간을 돌아다니게 된다. 그 공간들은 현실을 닮았지만 현실이 아니며, 언뜻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이상한 무언가로 가득한 기괴한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주인공은 아버지가 남겨주었던 메모를 보고, 그 메모를 따라 아마도 안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리 하우스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공간. 시간 개념조차도 뒤틀려 있다그 와중에 검은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등, 섬찟한 느낌을 주는 심령 현상 같은 것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게임이 안겨주는 진짜 공포는 그런 1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탈출을 위해 여기저기를 조사하게 되면서 보게 되는 수많은 가정불화의 흔적들, 그로 인해 뒤틀려버린 주인공의 어린 시절, 빈말로라도 행복하지 않았던 부부가 겪었을 수많은 고통의 자취들은 플레이어의 숨통을 조여 온다. 그리고 이런 현실적인 고통과 공포 앞에서는 초현실적인 무언가의 움직임은 별것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심하게 다투던 모습을 보면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던 사람, 가정폭력으로 고통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트라우마가 자극되는 느낌을 받을 만하다. 실제 게임 초반에 이런 부분을 경고한다.이어폰 너머로 느껴지는 섬찟한 사운드이러한 섬찟한 분위기는 잘 만들어진 사운드로 인해 더욱 고조된다. 게임을 시작할 때 헤드폰 사용을 권장한다는 문구가 뜨는데, 실제로 그냥 플레이 했을 때와 헤드폰(혹은 이어폰)을 사용해서 플레이했을 때의 느낌 차이가 상당히 크다. 심장을 음험하게 옥죄는,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을 때 흠칫하면서 느끼는 공포감은 헤드폰을 이용하면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 플레이가 괴롭다거나 공포스럽다고 느껴진다면 헤드폰을 벗고 플레이하기 바란다. 그것만 바꿔도 꽤 견딜 만해질 테니까.단순히 깜짝 놀라게 만드는 사운드 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하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무언가가 숨통을 조이는 듯한 긴장감이 사운드로 인해 더욱 고조된다취급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 게임은 조금 주의 깊게 찾아보면 그냥 넘기기 어려운 단점이 적지 않은 그런 물건이다. 하지만 그런 단점 대부분이 게임의 완성도를 크게 해치는 무언가는 아니며, 특유의 분위기와 공포감, 깊은 여운을 주는 스토리와 가슴을 파고드는 사운드, 풀어나가는 재미가 확실한 퍼즐 등등은 이 게임에 충분한 가치를 안겨준다. 방탈출형 퍼즐 게임을 좋아하고, 공포 게임을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까운 게임. 단, 경고문에도 적혀 있듯, 어린 시절 가정불화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는 분은 주의해서 플레이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두 줄이 뜬 임신테스트기, 무참하게 잘려버리는 웨딩케이크, 쌓여있는 술병, 이혼 관련 서류 등… 시작부터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들 무언가가 마구 쏟아지니 주의하시길장점푸는 재미가 있는 퍼즐들심리적 공포를 자극하는 센스있는 연출헤드폰(이어폰)으로 들으면 더욱 분위기가 고조되는 훌륭한 사운드단점진행이 막혔을 때 게임상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 부족각각의 공간들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연결이 되어있는지 확인하기 까다로움 평결: 8.5/10 (Great)절제된 연출과 담백한 그래픽, 많지 않은 독백과 설명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훌륭한 호러 게임. 언뜻 보기에는 초현실적인 공포를 다루는 듯하지만, 가정불화나 가족의 정신질환, 혹은 사고 등으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라면 플레이에 주의가 필요할 정도로 현실적인 공포가 잘 담겨있다.리뷰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스토브인디에서 The Almost Gone을 플레이해보세요!https://indie.onstove.com/ko/games/496#IGN웹진리뷰 #TheAlmostGone #올모스트곤
IGN 2022.03.25 19:13(UTC+9)